흥전리 삼층석탑재에서 만난 조용한 가을 울림

가을비가 살짝 그친 이른 오후, 삼척 도계읍에 있는 흥전리삼층석탑재를 찾아갔습니다. 도로 옆에 세워진 표지판을 따라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산자락 아래 고요히 서 있는 석탑이 보였습니다. 주변에는 억새와 잡초가 바람에 흔들리고, 멀리서 개울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가 갠 직후라 공기가 유난히 맑았고, 돌의 표면은 젖어 있어 어두운 회색빛이 돌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석탑의 각 층이 정연하게 쌓여 있었고, 모서리마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높지는 않지만 균형감이 뛰어나고 조각선이 섬세했습니다. 주변의 조용함 속에서 돌이 전하는 시간의 울림이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구의 시선도 없는 곳에서, 탑은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디고 있었습니다.

 

 

 

 

1. 위치와 접근 동선

 

삼척 도계읍 중심에서 차로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흥전리삼층석탑재’를 입력하면 ‘흥전리 마을회관’을 지나 좁은 시골길로 이어집니다. 도로 끝 부분에 작은 공터가 주차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어 3~4대 정도 주차가 가능했습니다. 비포장 구간이 조금 있지만 길이 짧아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도계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흥전리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도보로 7분 정도 걸으면 됩니다. 길가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이 눈에 잘 띄며, 마지막 구간은 시멘트 포장길이라 미끄럽지 않았습니다. 주차장에서 석탑이 있는 자리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졌고, 오르면서 산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습니다.

 

 

2. 주변 분위기와 석탑의 공간 구성

 

석탑은 낮은 언덕 위에 단독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낮은 돌담이 둘러져 있었고, 그 안쪽으로 석탑 하나와 비문 조각, 그리고 안내판이 놓여 있었습니다. 비가 막 갠 뒤라 땅이 촉촉했고, 공기 중에 풀내음이 짙었습니다. 석탑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비례를 이루며, 1층부터 3층까지의 지붕돌이 차례로 줄어드는 형태였습니다. 탑신의 모서리는 다소 마모되었지만, 층단의 곡선은 여전히 정교했습니다. 기단부는 낮고 단단한 네모 형태로 다듬어져 있으며, 상층부로 갈수록 단아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주위에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조용히 둘러보기 좋았고, 산새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들려왔습니다. 전시된 안내문에는 통일신라 후기의 석탑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3. 보존 상태와 역사적 가치

 

흥전리삼층석탑재는 원래 절터에 세워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탑신부와 일부 지붕돌로, 상륜부는 소실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남은 구조만으로도 당시의 조형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각 층의 비례가 정확하고, 석재의 가공 흔적이 정교하게 남아 있습니다. 돌 사이의 이음선이 균일해 장인들의 손길이 세밀했음을 보여줍니다. 바위 표면에는 세월의 풍화로 인한 작은 균열이 있었지만 전체 형태는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안내문에는 삼척 지역 불교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직접 마주하고 있으니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라, 당시의 신앙심과 미의식을 상징하는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4. 현장의 시설과 관리 상태

 

석탑 주변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잡초가 과도하게 자라지 않도록 관리되어 있었고, 돌계단 옆에는 간단한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안내판에는 유래와 구조 설명이 도식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인근에 작은 벤치 두 개가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석탑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이나 매점은 없으므로 마을회관 근처에서 미리 다녀오는 것이 좋습니다. 쓰레기통이 따로 없으므로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를 챙겼다면 반드시 되가져가는 것이 예의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정비를 하는 듯 전체적으로 깨끗했고, 안내 표지의 글씨도 선명했습니다. 문화재를 둘러보며 조용히 명상하기에도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5. 함께 둘러보기 좋은 인근 명소

 

석탑을 둘러본 뒤에는 도계역 방향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도계 유리나라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유리 공예품과 체험 공간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습니다. 그 옆에는 ‘황지연못’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으며, 태백 방면으로 이동하면 ‘검룡소’도 접근이 쉽습니다. 점심은 도계시장 안의 ‘흥전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 강원도식 곤드레밥이 향긋했고, 집밥처럼 따뜻한 맛이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도계천 생태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강을 따라 이어지는 흙길을 걸었습니다. 석탑 방문을 중심으로 한나절 코스로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기기에 적당한 일정이었습니다.

 

 

6. 방문 팁과 주의사항

 

이른 오전이나 해질 무렵 방문하면 햇빛의 각도가 낮아 석탑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집니다. 사진을 남기려면 이 시간대를 추천합니다. 여름에는 풀숲 근처에 벌레가 많아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고, 겨울에는 언덕길이 얼어 미끄러우니 주의해야 합니다. 입장료는 없으며 연중 개방되어 있습니다. 단,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바닥이 질어지므로 미끄럼 방지 신발을 권합니다. 주변에는 음식점이나 편의시설이 거의 없으므로 도계읍 중심가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석탑 근처에는 손대거나 기대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조용히 관람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곳입니다.

 

 

마무리

 

삼척 흥전리삼층석탑재는 크지 않지만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적이었습니다. 돌 하나하나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이 말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주변 풍경이 탑의 단정한 형태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처럼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그 단아함 속에서 오래된 장인정신과 신앙의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언젠가 눈 내린 겨울날, 하얀 설경 속에 이 탑이 서 있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조용한 공간에서, 오랜 역사와 마주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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